2018년 2월 CDSL은 이찬화, 윤현준, 박경훈 이렇게 세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졸업생들은 무슨 연구를 하였을까? 이번 시간에는 박경훈 박사의 인터뷰를 다룬다.
Q. 박사 학위를 받으신 것을 축하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학부 시절 “제어”라는 학문에 막연히 매력을 느껴 무작정 CDSL로 지원하게 되었는데, 벌써 졸업을 이야기하고 있다니 실감이 잘 안 나네요. 제어 이론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독립된 제어 이론학자로써 첫 발을 내딛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텐데, 긴장도 되고 가슴 설레기도 합니다.
Q. 박사 논문은 무엇을 다루고 있나요?
A. 저는 박사 학위 기간 동안 외란 관측기(disturbance observer)라고 하는 강인 제어 기법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그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외란 관측기는 제어 시스템에 들어오는 외란과 모델 불확실성의 영향을 특정한 형태로 추정하고 보상하여, 결과적으로 전체 폐루프 시스템이 불확실한 요인들이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인 공칭 시스템(nominal system)과 유사하게 동작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외란 관측기는 잘 알려진 다른 강인 제어 기법들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구조에 성능이 우수하다는 장점으로 학계 및 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본 박사 논문은 기존 외란 관측기가 태생적으로 지니는 한계점들을 개선하는 새로운 구조 및 이론적 해석 방법을 제안하는 한편, 외란 관측기 기법을 기반으로 최근 제어 이론 학계에서 주목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합니다. (외란 관측기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해당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Q. 논문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A. 본 논문은 크게 세 가지의 의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본 논문을 통해 저는 기존 외란 관측기 구조를 개선하여 더 향상된 제어 성능을 발휘하는 설계 방법을 제안하였고, 이를 해석하기 위한 외란 관측기 이론을 새롭게 제시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기존의 연구들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외란 관측기가 실제 제어 시스템에 적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주목하여, 그 원인을 이론적으로 밝히고 기존 연구를 재해석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란 관측기 기법이 고전적인 강인 제어 문제를 넘어서서 제어 시스템의 안전성 문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Q. 본 연구와 관련하여 자랑할 만한 일이 있나요?
A. 제어 이론 및 응용 분야에서 저명한 학회인 IEEE Conference on Decision and Control에 다수 참여하여 해당 논문에 수록된 연구들을 발표하게 된 점이 먼저 생각납니다. 한편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ntrol, Automation, and Systems 학회에서 산업통상부장관상을 두 차례 수상한 점도 자랑스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외 다양한 연구자들과 협업 및 교류를 하고, 이를 통해 교내 우수협업상을 수상하는 한편 다른 학자들로부터 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을 때 뿌듯하였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존 이론으로는 해석하지 못했던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정확히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였을 때가, 제 학위 과정 중 가장 자랑스럽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Q.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우선 외란 관측기와 같은 강인 제어 기법은 예상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원하는 제어 성능을 이끌어냄을 기본 목표로 삼는데, 그 철학이 마음에 들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연구실에서는 외란 관측기 관련 연구를 2007년부터 10여년간 꾸준히 진행해왔고, 지도 교수님이신 심형보 교수님, 연구실과 협업 중인 여러 교수님들, 그리고 주영준 박사를 포함한 여러 졸업생들이 외란 관측기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저는 연구실에서 진행해온 외란 관측기 이론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고, 그 가능성을 나름대로 고찰해본 것이 본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Q. 관련 연구를 하려고 하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CDSL에서 외란 관측기 관련 연구를 시작한지도 10여년이 흘렀고 그 동안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처음 이 분야를 뛰어드는 후배들은 “과연 이 오래 연구된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 논문을 위한 주제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많이 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어 이론 연구가 으레 그러하듯이, 본 연구 역시 오래된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분명 존재할 것이고,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면 어느덧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게 되지 않을까요? 특히 외란 관측기는 학계와 산업 현장에서 모두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는 제어 기법이기에, 기존 이론들과 그 적용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에 주목하면 이론적으로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연구실에서 지금까지 개발해 온 외란 관측기 이론은 주로 비선형 제어 이론 중 하나인 특이 섭동 이론(singular perturbation theory)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접근법이 가지는 특징과 한계를 곱씹어보면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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