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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인터뷰: 이찬화 교수

CDSL의 졸업생들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두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이찬화 교수님입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zoom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찬화 교수님의 인터뷰 모습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세종대학교 지능기전공학부에서 2021년 3월부터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이찬화입니다. 저희 학부는 인공지능과 기계, 전자 분야가 망라된 융합 학과로, 스마트기기공학과 무인이동체공학의 두 가지 세부 전공 분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중 무인이동체공학 전공 소속으로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이동하는 무인이동체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제어 공학을 가르치고 있고, 관련 제어 이론 또한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연구실에 들어오시게 되셨는지, 그리고 연구실에서 학위 과정 중에 계실 때 어떤 대학원 생활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학부 4학년 때, CDSL에서 다관절 로봇 제어에 관한 주제로 졸업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사실 졸업 프로젝트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 때 만난 연구실의 선배들과 교수님이 좋다는 생각에 연구실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석사 과정 때에는 제가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던 수학이나 기초 제어 공학 공부를 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졸업 후 2년간 회사에 근무한 뒤 다시 진학했던 박사 과정 중에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를 찾고 새로운 제어 이론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결국 DGIST의 은용순 교수님과 CPS(Cyber Physical System) 관련 과제를 함께 진행하면서 resilient state estimation의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박사 과정 동안 서진헌, 심형보 교수님으로부터 참된 연구자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고, 연구 외적으로도 연구실 동료들과 즐겁게 지내서, 정말 행복한 대학원 시절을 보냈습니다.

Q. 석사 졸업 후에 회사에 재직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석사 졸업 후 취업을 결심하셨는지, 그리고 박사 과정으로 돌아오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좋게 포장하자면 연구가 아닌 다른 진로를 탐색하고 싶어서였고, 조금더 솔직히 말하자면 연구라는 진로에 대한 제 스스로의 확신이 부족하여 취업이라는 길로 도피한 것입니다. (웃음) CDSL에서 다루는 제어 이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학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석사 과정 중에 저는 이러한 수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알려진 지식들을 공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는데, 석사 학위 논문을 쓰며 처음으로 연구란 것을 해보니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과정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연구라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서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별로 자신이 없어서 이에 취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취직 당시 최종 합격한 회사들 중에서, 연구 직군과 설계 직군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결국 설계직으로 선발된 현대엔지니어링을 선택한 것도 당시에는 연구가 아닌 다른 업무를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했던 대부분의 업무는 디테일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들을 조금씩 변형하는 것에 가까웠고, 핑계 같기는 하지만 잘 모르는 것들을 제대로 공부하면서 일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제가 일하는 대상을 제대로 알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고, 결국 그 생각이 저를 박사 과정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회사에서의 업무가 위로부터 주어진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힘들었던 점도 박사 과정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Q. 박사 졸업 후 회사에 재직하시는 기간 동안 특별히 집중하셨던 일과 그 때의 생활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박사 졸업 후, 약 3년 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버스, 트럭(상용차)의 자율주행 및 군집주행에 필요한 제어 기법을 개발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승용차 개발 부문과는 달리, 상용차 개발 부문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프로젝트 기획부터 해외 스타트업과의 협업, 선행 및 양산화 개발까지 두루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 과정 때 제가 주로 공부하고 연구했던 제어 이론을 실제 업무에 직접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자동차라는 실제 시스템에 다양한 제어 기법을 적용해볼 수 있었고 실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선행 개발 및 양산 개발의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이론에만 집중하다 보니 자동차와 같은 실제 시스템을 다룰 일이 거의 없었는데 실제 차량을 타고 무수히 많은 실험을 하며 제가 개발한 제어 기법을 확인하고, 조금씩 수정해 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또, 제가 하는 업무가 주로 대형 트럭 및 버스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회사의 이 부서에서만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라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Q. 회사에 재직하시면서 어떤 계기로 교수가 되고자 결심하셨고, 그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교직에 서는 것은 이전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박사 과정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연구실에서 서진헌 교수님과 심형보 교수님을 뵈면서 저분들처럼 되고 싶다, 저분들을 본받고 싶다 는 생각을 하며 가져온 막연한 꿈이었습니다. 또 현대자동차에서의 생활은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에서 의도치 않게 연구 개발 이외의 다양한 업무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결국 회사원은 하나의 조직원으로서 조직의 결정에 따라 맡은 바 업무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가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교수가 되고자 준비하는 주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 생활 그 자체를 충실히 하는 것이 목표였고, 회사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순간순간 최대한 열심히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실 교수 임용을 위해 별다른 준비를 추가로 하지는 못했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했던 다양한 경험과 일부 연구 결과를 논문은 아니지만 특허로 출원하고 등록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박사 과정 막바지에 했던 연구와 관련하여 연구실 동료, 후배들과 협업의 끈을 놓지 않고 논문 작업 등을 잘 마무리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위 질문에 이어서, 교수가 되시고 난 뒤 가장 달라진 점 (특별히 좋아진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교수가 된 지 이제 딱 일 년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이 회사에 있을 때보다 더욱 바쁘고 할 일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퇴근을 해도 일이 끝나지 않은 느낌입니다. (웃음) 무엇보다 교육, 연구, 행정 등 모든 일을 제가 직접 다 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은 버겁고 힘들지만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아진 점을 뽑자면, 모든 일을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율적으로 정하여 할 수 있다는 점 입니다.

Q. CDSL에서 이건 참 잘 배워왔다 싶은 부분을 말씀해주세요.

A.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려 하는 습관인 것 같습니다. 제어 이론을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면, 단순히 주어진 이론의 내용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의 전개 및 증명 과정을 완벽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결과뿐 만 아니라 결과가 도출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실에서 체득한 습관이 어떤 분야에서든 새로운 일을 하거나 연구를 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연구실 후배들 혹은 제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부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즐기며 하길 바랍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큼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 시절을 포함한) 학창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보다 1,2년 느린 것이 크게 느껴질 수 있는데, 남들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본인에 대해 잘 알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겁게 하는 것이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만약 제어 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 연구실이 상당히 훌륭한 선택지라고 확신합니다. 대학원 과정에서 물론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교수님과 주변의 연구실 동료들을 믿고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각자의 목표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대학원 시절을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한 과정을 생각하지 말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생활하기 바랍니다. 어떻게 보면 대학원이 여러분의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절을 보내는 곳이고, 이 곳에서의 기억이 평생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