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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인터뷰: 김홍근 교수

CDSL의 졸업생들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첫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김홍근 교수님입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zoom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김홍근 교수님의 대학원 재학 시절(왼쪽)과 인터뷰 모습(오른쪽)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메카트로닉스공학부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김홍근입니다. 저희 메카트로닉스공학부에는 총 3가지 세부 전공이 있는데, 저는 그 중 디지털시스템 전공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전기정보공학부와 다른 점은 4대 역학 등의 기계 공학 관련 과목들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저는 2012년에 CDSL에서 심형보 교수님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2년 정도 박사 후 연구 과정을 밟았습니다. 특히 2014년부터 1년 반 가량 동안에는 네덜란드의 Groningen 대학에서 Claudio De Persis 교수님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 연구 주제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먼저 다개체시스템 (Multi-agent system)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와 관련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만큼, 현재까지도 다개체시스템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Groningen 대학에서는 다개체시스템 이론을 적용하여 전력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요즘에도 틈나는 대로 관련 연구를 들여다보곤 합니다. 그 외에는 PFC (Parallel Feedforward Compensator) 혹은 DOB (Disturbance Observer) 등 다양한 제어 이론의 주제에 관심이 있고, 제 연구실의 학생들과 함께 모바일 로봇, 갠트리 (Gantry) 반도체 장비 등의 제어 관련 연구 또한 실험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대학원 졸업 후 2년 동안 박사 후 연구 과정으로 계셨다고 하셨는데, 대학원에서의 생활과 박사 후 연구 과정의 생활에서 느끼신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었나요?

A. 대학원에서는 석사는 2년, 박사는 5년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고정된 주어진 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박사 후 연구 과정은 보통 단년 계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1년 단위로 실적에 관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연구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어 이론 분야에서 논문을 짧은 기간 내에 써낸다는 것이 쉽지 않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이해해주시는 교수님도 계시지만 아닌 분도 계셔서, 생계와 직결된 연구의 고충이 피부로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나쁜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Groningen 대학에서의 과정은 굉장히 좋은 기억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는 일과 개인 생활의 경계가 희미한 편인 반면, 유럽에서는 그 경계가 매우 분명합니다. 박사 후 연구 과정 뿐 만 아니라 대학원생들도 오후 6시면 모두 퇴근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휴일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생활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여유로웠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Q. 교수님께서 어떤 과정을 통해 진로에 대한 결정을 내리셨는지 궁금합니다.

학부생 시절에는 제가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학부에서 열리는 전공 과목들 거의 전부를 수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 설계와 제어 분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저는 제어가 반도체 설계에 비해 실제보다 이론에 집중하는 분야라고 생각했고, 결국 이론에 기반한 제어를 연구하기 위해 CDSL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박사 과정 시절에 연구를 하면서 부업으로 과외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과외 학생에게 수학 문제를 알려주면서 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보다 “이 문제가 어디에서 나왔으며 왜 이 문제를 알아야 하는지” 등 색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알려주는 것의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무엇보다 제어 이론 연구가 재미있었고, 내가 아는 것을 남들에게 알려주는 것 또한 즐거웠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되기로 결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교수란 무엇인가요?

A. 당연하게도 제 답은 연구와 강의를 잘하는 교수입니다. 제 경우를 조금 더 이야기하면, 서울대는 연구 중심 대학인 반면 제가 속한 한국기술교육대는 교육 중심 대학입니다. 아무래도 교육 중심 대학이라는 이름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이 저는 연구와 강의 중 강의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만, 강의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마다 교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기 마련인데, 모든 학생들이 전공의 필수적인 지식을 강의로부터 얻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좋은 교수가 되기 위해 조금 더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생들의 이해도를 고려하면서 강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이래서 교수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때가 있으신가요?

음, 딱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웃음)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마음대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학생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고,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서로 소통하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강의만 시간에 맞춰 제대로 한다면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교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요즘처럼 바쁠 시기에는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슬프기도 합니다. (웃음)

Q. CDSL에서 이거 하나는 참 잘 배웠다, 얻어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물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어 이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디에서나 제어 이론을 잘 배웠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고, 최소한 국내에 제어 이론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연구실이 굉장히 드물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와 관련해서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학생들이 연구실에만 있다 보면 본인의 실력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제어 이론 분야가 논문이 느리게 나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심형보 교수님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학위를 받아 졸업하게 되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잘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Writing이나 발표, 논문의 퀄리티 등 어느 것을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그만큼 CDSL은 제어 이론에 관해 집중적으로 케어와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연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연구실 후배들 혹은 장래에 후배가 될 학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A. `배움에는 때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의미는 누구나 알고 계실 텐데요, 저는 반대로 `배움에는 때가 있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 CDSL에 들어오게 되면 일반적인 공대생들의 기대와는 달리 무언가 실물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수학을 주로 공부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왜 이것을 배우며 이것을 배워서 어디에 쓸지 의구심을 가지고 어려워 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저연차 시절에 특히 서진헌 교수님의 시스템수학이론 수업을 들으며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박사 후 연구 과정을 거쳐 교수가 된 지금은 종종 그때 더 잘 배워 놓을 걸 하는 생각이 오히려 들곤 합니다. 대학원 시절처럼 한 권의 수학 책을 찬찬히 공부할 수 있는 때는 없으니, 때로는 자신의 판단과 의구심을 잠시 미뤄둔 채 교수님의 지도를 믿고 따라가는 것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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